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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블로그/티스토리 이야기

보고, 느끼고, 깨달아라! 뉴욕의 포토그래퍼, 박노아님!

안녕하세요! TISTORY 입니다.

가끔 티스토리 첫화면의 주제별 새글 '사진'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어쩜 저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지?' 또는 '와- '라는 탄성을 내지르게 되는 블로거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티스토리에는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사진 블로거 분들이 많아, 티스토리 블로거 분들을 보다보면 마치 사진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D

오늘 회원님들께 소개 해드릴 멋진 블로거는 어쩌면 많은 분들
(혹은 저 혼자만의) 로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포토그래퍼' 그리고 '뉴요커' 라는 로망을 모두 실현하고 계신 '에코 체임버의 박노아' ( http://micegrey.com)님이십니다. 현재 美 뉴욕에서 거주하며 사진작가로 활동하시고 계시며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하여 이야기를 보여주시고, 교감해주신 분입니다. 오늘 한번, 블로그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노아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안녕하세요! 노아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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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욕의 사진작가 박노아입니다. 티스토리에서 귀한 기회를 주셔서 여러분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1년간 이 곳 티스토리에 자리를 잡고 매일 하나의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모습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도시의 삶 속에는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순간 순간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또 하나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노아'라는 진짜 이름? 이름이 이국적이라 궁금합니다.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 곧, 바로 자신의 이름입니다. 유명한 사진가인 만레이(Man Ray)의 말을 빌리는 게 옳겠습니다. 'My second name is nobody's business' 그의 본명은 엠마누엘이었습니다.
예술은 본질적 의미에서 종교와 비슷한 면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일 것입니다. 취미나 돈을 버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자신과 참모습을 찾아 발현시키겠다는 일종의 선포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티스트는 새로운 세계에서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아이덴터티를 찾게 됩니다. '노아노아'는 본래 고갱이 타히티에서 만든 기행문의 제목이었고 뒤늦게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예술의 길을 찾아 나섰던 그와의 동질감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노아'는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노아노아'란 '향기로운'이란 뜻의 타히티어라고 블로그 제목에 씌여져 있네요. 혹시 가보신적이 있으신가요?

타히티야 말로 제 인생의 로망이지요 ^^ 그 검정색 해변가를 걸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여러 나라를 다녔으나 불행히 아직까지 타히티를 가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곳은 누군가와 함께 걸을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흠...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어쩌면 가지 못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이 저보고 왜 항상 '파리'Paris 만 가느냐고 묻는데 저는 '다른 곳을 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깝다'고 하니까요. ^^

한번쯤은 미드를 보면서 뉴요커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드는데, 실제 '뉴요커'로서의 삶은 어떠신가요?
미 국의 유명한 작가였던 엘윈브룩스화이트E.B.White가 뉴요커를 세 부류로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 곳(맨하튼)에서 태어난 사람들, 또 하나는 주위 뉴저지나 브루클린 등지에서 이 곳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마지막은 외지에서 와서 이 곳에서 정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는 이 중 뉴욕을 뉴욕답게 만드는 사람들은 마지막 사람들이라 했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뉴요커라 생각합니다.
뉴욕이 자유로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외지의 문화가 그득한 생소함 때문이지요. 낯선 곳에서 사람은 자유를 느낍니다. 사회와 가족이 둘러싸고 있던 많은 끈이 이 곳에서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비로소 혼자 서는 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상상하기도 어려운 높은 빌딩숲 사이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보게 됩니다. 그렇게 작은 점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세상 중심에 선다'라는 말은 분명 뉴욕에서 가능한 말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많은 분들과 교감을 하신 것 같은데, 언제부터 블로그를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블 로그에 올린 것은 제가 아티스트가 된 이유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 작업은 도시인들의 대화, 즉 다이얼로그 Dialogue에 관한 것입니다. 신문을 보면 전쟁, 기아, 자연세계 등 보도사진들이 넘쳐납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말초적이고 피상적인 예술세계가 가득 차 있습니다.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 그 일상에 대하여는 본 기억이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화된 경험에 관심이 있었고 시초부터 도시인과의 교감과 나눔을 중요시하였습니다. 예술을 생활 속에서 찾고 느끼기를 원했습니다. 이는 박애주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예술이란 행위의 본질이 결국 이 곳에서 귀결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글도, 삶의 본질적인 감성을 나누며 궁극적으로 위로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사진하시는 분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다큐멘터리는 희생이 요구되는 힘든 사진이고 저는 그분들께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진정한 변화는 외부현상과 시스템을 바꾸어 이루어지기 보다 개인적-내재된 자아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2004 년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다음해인 2005년 초 조선닷컴의 까페를 통해 많은 분들과 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파리로 가면 파리에서 글을 올렸고, 이태리에서, 싱가폴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뉴욕에서 글과 사진의 대화에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7년 초 신문이란 매체의 정치성향을 의식하고, 그보다 개인적인 공간, 즉 블로그의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티스토리 운영진의 도움으로 2007년 3월 이 곳에 집을 마련하여 병행하다가, 7월경부터는 이 곳으로 완전히 정착하였습니다. 지금은 떠났으나 조선닷컴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많이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 포토그래퍼가 어릴적부터 꿈이셨나요? 전문적인 포토그래퍼가 되신 계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만약 존경하는 분이 있거나, 이 길을 가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면요?
하 하하...제가 사진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저는 어릴 적 사진이 한 장도 없습니다. 어릴 때 유난히 사진 찍히는 것을싫어하여 아버지로부터 도망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사람이 사진가가 되었다는 것이 더 기가 막힌 일이죠. 다만 오랜 망설임과 갈등 끝에 글을 쓰기 위해 파리로 건너갔고, 글의 소재를 담기 위해 사진을 시작한 것이, 프랑스친구들의 권유로 여기까지 오게 된 셈입니다. 우연에 의한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우연도 이미 쓰여져 있던 것이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지금이라도 이 곳에 오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사진을 하며 저는 우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 셈입니다.
존 경하는 분들은 너무 많습니다. 헤밍웨이, 헨리밀러, 도스토예프스키, 뚜르게네프, 보들레르, 랭보, 브레통, 롤랑 바르뜨, 등의 문학 비평가들부터 유진스미스, 쿠델카, 낸골딘, 루이즈부루주아 여사 등 예술인, 암실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바비킴, 김광민, 이은미부터 레드제플린, 레너드스키너드 등 순수록 아티스들과 콜트레인, 아포칼립티카, 웨더리포트에 이르기까지 가히 열거하기 힘든 수 많은 음악인들까지 말입니다.
도 움을 주신 분들도 너무 많지만, 만일 두 사람만 뽑으라 한다면, 2005년 초 얼굴도 보지 못한 저에게 상상하기 힘든 후원을 해주었던 싱가포르의 지인 한 분과 2006년 사진을 그만두려 했을 때 만나게 된 아타김 선생님이 될 것입니다. 저는 빚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께 진 빚을 독자에게 갚아야 한다고 생각

멋진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아님의 카메라 변천사를 말씀해주세요. 제일 처음 구입했던 카메라나 지금 소유한 카메라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단 한 대의 카메라만 가지고 있습니다. 금번에 발간된 책 <에코 체임버>에 237장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모두 이 한 대의 카메라에서 나온 것입니다. 카메라는 해외 여행 중 창가에서 반짝거리며 진열된 것에 반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샀던 라이카 Leica M7 입니다. 물론 라이카는 위대한 사진가들은 누구나 사용하였을 법한 유명한 것이었지만 저는 그것마저 전혀 모르고 샀으니, 이 또한 우연적, 운명적 만남이라 생각합니다. 그 후 제 사진인생 3년은 이 카메라가 항상 함께 하였습니다. 제 친구는 제 몸의 일부와 같다고 하였지요. 아주 무거운 강철카메라이지만 뒷면 제 손으로 잡는 부분은 벗겨져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35미리로만 하다 2008년 초 처음으로 중형카메라를 샀습니다. 43년 된 중고 롤라이 플렉스입니다. 현재는 이것으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였는데 요 며칠 사이 스타벅스에서 도둑맞으면서 다시 없어졌습니다. 아마 '아직 디지털 하지 말아라'는 일종의 계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한 가지 덧붙이자면 카메라와 사진가도 분명 궁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사진을 배운 많은 학생들이 라이카를 구입하였는데 대부분 그다지 만족스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 것을 사서 반값에 팔아야 했던 친구도 있었구요. 카메라는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렌즈 또한 사진가의 시각과 일치하는 화각을 제공해야 하니 어찌 보면 제대로 만나기 어려운 인연입니다.  왜 사람들도 그렇지 않나요? 말을 하지 않아도 공감하는 상대가 있는 반면 자신을 희생해가며 상대에게 맞추어 가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말이죠. 하고 있습니다.

노아님의 사진을 보다보면 뭔가 사진을 찍는 특별한 장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노아님의 렌즈를 거치기만 하면 특별한 장소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요. 노아님만의 사진의 철학을 들려주세요.
순간을 낚아채듯 잡으려 하지 말고, 그 순간의 일부분으로 스며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흔히 사진을 총의 격발에 비유하는 것을 듣곤 하는데 저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는 철학입니다. 무슨 석양의 결투도 아니고, 투쟁은 더욱 아니고, 자기분노의 표출도 아닙니다. 사진은 대결이 아닙니다. 대결구도로 가면 대결에 맞는 이미지만 나오겠지요. 그보다는 시간-공간-그 안의 존재들이 어우러지며 이어지는 연속적 순간 사이에서, 잠시 스며들어 빛을 빌려 담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연속성은 사진으로 다시 이어지는 것이구요. 그래서 저에게 사진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촬 영에 있어 하나의 철칙이 있다면 노출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진을 요리와 자주 비교하는데 빛의 양을 적절히 배합할 때 안정된 이미지들이 나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출이고, 사진은 빛을 충분히 담아야 여러 다른 종류의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빛은 비이커에 물을 따르듯 양으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단 우리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빛과 어두움은 다분히 개념적인 것 일뿐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먼저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와져야 합니다. 저는 빛과 친하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저와 피사체 사이 잠재된 다양한 현실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의 고집스런 눈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은 그 자리에서 볼 때 하나의 현실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수 십 개 이상의 현실이 있습니다. 그가 나를 바라본다면 완전히 다른 현실일 것입니다. 저는 일종의 가상눈금을 가지고 보기도 합니다. 즉 정면으로 보아도 측면을 생각합니다. 초점이 피사체에 딱 덜어지는 것이 하나의 현실이라면, 그 10센티 앞은 또 다른 현실입니다. 초점을 바꾼다는 것은 다른 시각을 갖겠다는 의지이며 다른 시각을 가지면 전체가 다 바뀝니다. 사진의 매력이란 이렇듯 약간의 화각의 차이로, 어느 현실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나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노아의 에코 체임버'란 어떤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인지요?

금번에 출간된 제 첫 사진집 제목이 <에코 체임버> 입니다. '메아리가 울리는 방'이라는 뜻이지요. 이미지는 눈으로 받아들이지만 울림은 결국 우리 안에서 공명하는 것입니다. 아타김 선생님의 표현을 빌린다면 '반응'하는 것이겠지요. 보고, 느끼고, 깨닫는 것입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휘슬러가 그림을 보고 나서야 런던의 안개를 알게 되었다고 한 것 처럼 말입니다. 이렇듯 변화는 인지에서 나오고 인지는 적극적 대화에서 나옵니다.
경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입니다. 제 사진은 후자에 의한 것이 많습니다. 즉,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어떤 사람을 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즉시적인 자신의 내적경험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2005년도 뉴욕 첼시에서 구본창 선생님께서 저의 조그만 까페 전시를 보러 오신 적이 있으신데 '한국 사진도 있으면 좋겠다'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현상학적 의미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저는 그 때도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보여주려는 것은 내적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진이란 이미지를 세일즈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나누고 대화하자는 것'입니다. 서로를 위로하는 것 만큼 값진 일이 있겠습니까? 

에코 체임버: 당신이 있는 방 상세보기
박노아 지음 | 눈빛 펴냄
뉴욕에서 작업 중인 사진가 박노아 씨의 포토 에세이 『에코 체임버』가 출간되었습니다. '당신이 있는 방'이라는 부제를 안고 있는 이 책은 작가가 뉴욕, 파리 등에 머물며 찍은 흑백사진 237점과 직접 쓴 글들로 이루어진 1부 'Prose & Verse', 파리와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며 느꼈던 것을 써 내려간 2부 '예술과 사진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단문 56편이 수록된 3부 '삶에 대하여' 등 총3부로 구성

왠지 첫 사진집이 기대가 됩니다. 3월 16일, 대한민국 블로거 컨퍼런스의 키노트를 준비해주신 건축가 류춘수님께서도 '모든 목적은 아름다워야한다'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첫째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나아가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

여러곳을 다니시면서 많은 사진을 찍으셨을거 같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사진 촬영지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최근 파리역의 사랑하는 연인도 너무 감명 깊던데요 ^^
사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적경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순간이 하나의 훌륭한 에피소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진지해야 합니다. 파리 북역의 연인 트립틱 또한 제 사랑의 울림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동시에 사진가는 낯선 자들의 경험으로 들어가려 노력해야 합니다. 즉 눈 앞 현상과 적극적으로, 실존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여야 합니다. 사진가는 구경꾼이나 단순한 관찰자가 아닙니다. 그는 교감자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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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버스



여러 사진에 대한 많은 기억이 있지만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파리 시내버스에 탔을 때입니다. 제 대각선 뒷 쪽에 앉은 아저씨를 우연히 바라보았습니다. 특별한 느낌을 받았지요. 그도 저를 쳐다봅니다. 저도 그를 응시합니다. 저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향해 카메라를 듭니다. 그는 여전히 저를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주위 다른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였지요. 저는 단 한 컷 촬영하고는 다시 앞을 보고 앉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그와 비슷한 경험이 적지 않았는데, 다음 사진에 있는 사람도 새벽 2시경 멕시코 푸에블라의 밤거리에서 만난 사람입니다. 그와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깊은 실존적 대화를 경험하였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 때로 언어는 교감을 나누는 데 있어 도리어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의 한계입니다. 




한국 사진가 중에서 좋아하시는 분들은 있으신지 그리고 한국사진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국에는 훌륭한 사진예술인들이 많습니다. 아타김, 배병우, 구본창, 이정진, 이갑철 등의 대표적 이름에는 분명 대가다운 면이 있습니다. 특히 아타김은 작업의 스케일이나 사유의 깊이에 있어 이미 세계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은 국가적 재원이라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중에는 노순택의 각 진 사진이 눈에 들어오고, 젊은 Fine artist인 정연두의 사진도 특별합니다. 사진비평가 최봉림씨에게는 프랑스의 지성이 느껴져 반갑고, 발로 뉴욕을 뛰어다니며 사진의 경제,사회학 측면을 연구하는 연세대 박찬웅 교수, 그리고 20년간 사진불모지인 한국에서 사진을 전문적으로 출판해오신 눈빛의 이규상 발행인도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한국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작가정신의 결여와 사진에 대한 대중의 인식입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대부분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위주의 오락물들이 대다수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詩를 기억하지 못하고 삶을 생각하길 귀찮아 합니다. 한 나라의 문화전체가 일원화되어 상업주의와 TV를 따라가고 대중도 그것에 길들여집니다. 출판사들까지 덩달아 이 수요를 위해 마케팅 위주의 서적을 만들어 내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출판사의 요구에 작가들도 따라갑니다. 그러니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고 그들에게서 작가정신을 찾기 힘듭니다. 작가정신의 근간은 '삶에 대한 고민과 명확한 의식의 흐름, 마음속에 느껴지는 감성적 가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드는 사람들이 이러하니 대중들도 미디어로 유명해진 몇몇 상업 사진가들과 연예인의 이름에나 익숙할 뿐, 제대로 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역시 매체의 악영향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을 거스를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비밀은 시스템이 아니라 독자들 '자신'입니다. 단 하나의 희망은 젊은이들이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고 경험을 넓혀 진정한 자기 변화를 찾는 것입니다. 변화의 제1요건은 위치변경입니다.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살기 위해 떠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먼저 자신을 찾아야 합니다. 이 변화가 당신을 살릴 것입니다.    


노아님께서 애장하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진을 골라 보여주세요~

생미셀 광장(http://micegrey.com/284)
제가 하루에 한 번씩은 지나갔던 곳입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기다리고 만나는 곳입니다. 기다림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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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시티(http://micegrey.com/140)
땅거미 질 무렵 뉴욕 57가의 댄서가 정면으로 저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그가 저를 바라보고 총구를 들이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총구 앞은 세상의 마지막이겠지요. 유리 뒷 쪽의 아이는 바깥의 전혀 다른 세상을 구경합니다. 나와 그 아이가 세상의 끝과 끝이고 그 사이 두 개의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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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걷기(http://micegrey.com/9)
멕시코시티의 고달픈 현실 속 한 존재의 고뇌가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다른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함에 우는 모습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꽃을 삽니다. 먹을 것이 없는데도 꽃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순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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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http://micegrey.com/17)
파리 15구의 조그만 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무명의 프랑스 가수 르노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의 삶은 참으로 천하고 힘들게 이어져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그 만이 간직한 단 한 순간의 자유,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기쁨을 보았습니다. 조명도 없이 술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창작곡을 목청 높여 부릅니다. 신성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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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http://micegrey.com/362)
바람은 자유의 중요한 메타포입니다. 프린트속 바람의 느낌이 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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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에 소개되었던 '에코 체임버' 라는 책과 함께 발표회 성격으로 책 제작에 사용되었던 오리지널 프린트를 한국에서 전시하는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책에 쓰인 237장의 프린트는 모두 암실에서 수작업한 흑백프린트들입니다. 아마 일반인들은 자주 볼 기회가 없으셨을 것입니다. 한 장 한 장 제 손안에서 이미지가 생겨났고 씻겨진, 사진 미디엄 중 자연과 가장 가까운, 순수한 형태의 미디엄입니다." (237장의 프린트가 준비 되어 있지만 전시 공간의 문제로 추려서 전시할 예정입니다.)

237장, 그 모든 사진들이 암실에서 수작업으로 흑백으로 프린트되어, 많은 분들이 이런 사진을 직접 볼 기회가 없으셨으리라 생각하며, 따뜻한 봄 내음 맞으며 멋진 사진을 감상해 보러 산책을 나와보는 것은 어떨까요?


장소는 최근 홍대에 오픈한 W8이란 복합공간으로 홍대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W8은 갤러리가 있는 와인바로 젊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교류의 장이고 휴식공간 입니다. 전시공간은 작지만 여느 갤러리 못지 않은 프로모션과 후원이 이루어 지고 있고, 작지만 Power 있는 전시를 기획해 나가고 있습니다. 전시회장에 오실 분들은 아래 약도를 참조해 주시면 됩니다.

장소: 홍대앞 W8 (삼거리 포차 맞은편 건물)
전시기간: 3월 19일 ~ 4월 20일
오프닝: 3월 19일 오후 5시~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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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역 1번출구로 나오셔서 홍대방면으로 쭉 걸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티스토리 가족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출판사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야 합니다'고 말입니다. 혹자는 결국 같은 말이 아닌가 반문할 것입니다. 결과만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다른 것입니다. 저의 의도가 정반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가를 믿지 말고 그의 작품을 믿으라"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많은 한계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로, 즉 그 한계를 인정하여 자유로와진 영혼입니다. 작가의 작품은 바로 그의 자유로움입니다.

저에게 임무가 있다면 젊은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청년들을 떠나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났지만 경험에 소극적이며 많은 것을 머리로 하려 합니다. 이제는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돌아오지 않을 모험을 떠나야 합니다. 그 길이 당신의 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詩를 통해 나를 찾았듯 당신도 새로운 대화를 찾아야 합니다. 진지하게 찾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화는 저보다는 당신에게 더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자신의 자유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불필요한 것들에 쌓여 너무 바쁩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채워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것들로 채우려 하지 맙시다. 자신은 오직 자신으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사진도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저에게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질문합니다. 저는 항상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를 물어봅니다. 기술을 연마하기에 삶은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그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니,  지금 우리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해답은 여러분 자신 속에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의 인터뷰 요청에 너무 반가워하시며, 비싼 국제전화로 저희에게 전화까지 주셨습니다. 너무나도 긴 질문에 한 가득 정성을 담아 답변해주신 박노아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니다. 박노아님의 사진을 통하여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열정으로 멋진 사진을 찍고 계신 박노아님의 전시회로 발걸음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요즘 날씨도 많이 따뜻해지고 주변에 나들이 나가기에 좋은 시기인것 같습니다. 전시회장에 안타깝게 박노아님께서 나오지는 못하지만, 고맙게 사진전을 열수 있도록 도와주신 W8분들에게 "블로그에서 박노아님을 뵙고 찾아왔어요!" 해주시면 노아님께서도 소식 전해듣고 기뻐하시기 않을까요? 반갑게 인사 나누시고 사진 감상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